
전시 서문 발췌
오병탁 작가는 자신의 회화를 그저 드로잉의 부산물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그림의 소재로 선택된 대상들은 주로 그가 살아가는 반경에서 발견된 것들로, 이 중에서도 작가는 움직임과 진동같이 고착화된 형태로 표현할 수 없는 역동성에 관심을 둔다. 그렇다 보니 그의 붓질은 격정적이고 속도감이 있으며, 이로 표출된 생동은 파편화된 선과 면으로 휘갈겨져 있다. 구체적인 대상보다 자신 앞에 생경한 세계의 운동을 드로잉의 근거로 삼는 그의 입장은 설치로도 나타난다. 집합된 드로잉을 단일한 덩어리로 바라본다는 작가는 드로잉과 드로잉을 연결하여 드로잉의 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드로잉들을 조직적으로 조립하여 이루어진 총합은 외부 세계의 매개물이 아닌, 드로잉 자체로부터 자생한 풍경이기도 하다. ■양기찬